▶ 청교도들은 묵상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였는가?
청교도들은 묵상이 없다면 다른 의무들도 아무런 유익이 없음을 강조하였다. 이런 점에서 청교도들은 묵상을 오늘날 우리가 상상할 수도 없을 정도로 굉장히 중요하게 여겼다. 그래서 리차드 그린햄(Richard Greenham)은 이렇게 말한다. “묵상은 성경 읽기와 설교 듣기, 기도와 성례의 생명이요 힘이다. 묵상이 없으면 그 모든 것들이 연약해지고 무익해진다."
또 헨리 스쿠더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묵상하지 않으면 영적으로 아무리 좋은 음식을 먹는다 해도 그것이 우리의 마음 깊은 곳까지 내려가지 못하고 단순히 머리를 지나쳐 완전히 사라지거나 전혀 소화되지 않은 날음식처럼 되어 버린다. 날음식들은 되새김질을 통해서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지지 않으면 되새김질하는 피조물들에게도 아무런 양식이 되지 못한다. 그리스도인의 묵상은 되새김질과 같다. 구원에 이르도록 우리를 도와주는 모든 외적인 방편들이 묵상을 통하여 완전하게 숙고되고 마음에 쌓이지 않는다면, 그것들은 아무런 유익도 주지 못한다.”
이처럼 청교도들은 영적으로 가장 강력한 그리스도인이 바로 묵상을 통해서 만들어진다고 확신하였다. 즉, 묵상을 통해서 경건이 풍부하고도 깊은 그리스도인이 된다고 확신하였다.
토마스 브룩스는 이렇게 말한다.
“가장 탁월하고도 감미로우며 가장 지혜롭고도 강력한 그리스도인은 가장 많이 읽는 사람이 아니라 가장 많이 묵상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청교도들에게 묵상은 단지 경건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가 아니라 경건을 형성하는 모든 방법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방법이었다.
에드먼드 칼라미는 이렇게 말한다.
“묵상은 단순히 여러 가지 의무 중 한 가지 의무가 아니다 묵상은 다른 모든 의무들의 본질이요 정수이다. 묵상이라는 의무를 실천하지 않으면 아무리 많은 의무들을 실천한다 하더라도 그것들이 우리의 영혼에 아무런 인상도 남길 수 없다. 그러므로 묵상은 기독교 신앙의 생명이요 영혼이다. 묵상하지 않는 그리스도인은 살아 있다고 해도 실상 죽은 자이다.”
▶ 청교도들은 올바른 묵상을 어디에 뿌리를 두고 하였는가?
여기서 우리가 절대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그것은 청교도들이 묵상의 중요성을 대단히 강조하면서도 결코 성경 연구의 중요성을 얕보거나 희생시키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그들은 올바른 묵상이란 반드시 성경 연구에 뿌리를 두어야 하며, 성경 연구가 튼실할수록 묵상도 튼실해진다는 사실을 부단히 강조하였다.
토마스 왓슨은 다음의 비유를 들어 성경 연구와 묵상의 관계를 설명한다.
"성경 연구의 목적은 진리를 찾아내는 것이다. 그리고 묵상의 목적은 찾아낸 진리를 우리의 영혼에 유익하도록 적용하는 것이다. 성경 연구는 금광을 발굴하는 것과 같고, 묵상은 금광에서 금을 캐내는 것과 같다.“
생각해 보라. 금을 많이 캐내기 위해서는 금이 묻혀 있는 금광을 먼저 발견해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바르고도 깊은 묵상을 위해서는 먼저 성경 연구를 통하여 묵상의 재료가 될 하나님의 말씀을 풍성하게 찾아내야 한다. 그래서 청교도들은 묵상의 기술이나 방법을 강조하기 전에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체계적이고도 풍성한 지식을 더욱 강조하였다.
빌헬무스 아 브라켈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묵상은 이 세상과 분리되어 하늘을 향하고자 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는 경건한 사람이 이미 알고 있는 하나님과 신적인 것들에 관하여 자신의 생각을 집중하여 숙고하는 것이다.“
즉, 묵상하기 위해서는 하나님과 하나님의 진리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바로 그런 지식에 생각을 집중하여 숙고하는 것이 묵상인 것이다.
이처럼 청교도들이 묵상의 기술보다는 건전하고도 견고한 지식을 묵상의 기초로서 더 강조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한 사실이다. 왜냐하면 예나 지금이나 하나님의 진리에 대한 풍성한 지식도 없이 마음에 떠오르는 한두 가지 단어나 내용만으로도 얼마든지 풍성한 묵상에 이를 수 있다고 말하면서 오히려 묵상의 기술과 방법을 강조하는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청교도들도 묵상의 기술을 어느 정도 익혀야 하며 그것이 도움이 된다고 믿었다. 오늘날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의외로 많은 청교도들이 묵상의 기술과 방법에 관하여 강단에서 설교도 하고 책을 집필하기도 했다.
에드먼드 칼라미는 창세기 24장 63절 말씀을 기초로 「묵상의 기술」(The Art of Divine Meditation)이라는 책을 저술했다. 토마스 화이트(Thomas White)는 「경건한 묵상을 위한 방법과 지침들」(A Method and Instructions for the Art of Divine Meditation)을, 제임스 어셔(James Ussher)는 「묵상의 방법」 (A Method for Meditation)을, 그리고 나다나엘 래뉴(Nathaniel Ranew)는 「홀로 있는 시간을 활용하는 경건한 묵상⌟(Solitude Improved by Divine Meditation)을 저술했다. 또한 헨리 스쿠더의 「그리스도인의 매일 생활 지침」에도 묵상의 기술에 대하여 다루는 부분이 있다.
물론 모든 청교도들이 똑같은 묵상 방법을 제시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청교도들의 묵상 방법에는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 조엘 비키는 청교도들의 묵상 방법을 다음과 같이 요약하여 제시한다.
- 기도를 통해 성령의 도우심을 구함으로써 묵상을 시작하라.
- 성경을 읽으라. 그런 후에 묵상할 구절이나 교리를 선택하라. 묵상해 본 경험이 없거나 적다면, 비교적 쉬운 주제를 선택하도 주의하라.
- 선택한 구절이나 주제의 어떤 부분을 암송하라. 이것은 묵상을 자극하고 믿음에 힘을 불어넣어 주며 하나님의 인도를 받을 때에 도움이 된다.
- 성경이나 성경적인 어떤 주제들에 생각을 집중하되, 하나님께서 이미 계시하신 선을 넘어서서 무언가를 더 알아 내려고 애쓰지 말라. 기억력을 사용하여 성경이 말씀하시는 것에만 집중하라. 전에 들었던 설교나 경건 서적의 내용을 숙고하라.
- 선택한 주제를 다양한 측면에서 숙고하되 양심의 책, 성경책, 자연의 책을 활용하라.
- 하나님을 영화롭게 하기 위하여 정서를 독려하라. 가령, 사랑, 소원, 희망, 용기, 감사, 열심, 기쁨 등의 정서를 독려하라. 당신 자신의 심령과 더불어 대화를 나누라. 당신의 무능과 결점을 인하여 탄식하고, 하나님 앞에 영적인 소원을 아뢰라.
- 기역력과 판단력과 정서가 각성되면, 그 다음에는 묵상한 바를 당신 자신에게 적용함으로써 당신이 행할 의무를 찾아내고, 마음으로 누려야 할 위로를 발견하며, 피해야 할 죄가 무엇인지 생각하라.
- 적용한 바를 실천에 옮기겠다고 결심하라.
- 기도와 감사와 시편 찬송으로 묵상을 마무리하라.
- 묵상의 자리를 황급히 뜨지 말고 서서히 일상으로 돌아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