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상하는 법

청교도 묵상 (5)

하나지기 2022. 1. 20. 02:02

▶ 청교도들의 묵상의 세가지 특징은 무엇인가?

이와 같은 묵상 방법에서 우리는 청교도 묵상의 세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 첫 번째는,

청교도들이 묵상의 모든 과정에서 철저히 성경을 중심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월리엄 브릿지는

"성경에 기록되지 않은 것이 당신의 묵상 가운데 절대로 들어오지 않도록 주의하라"라고 말한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청교도들이 성경만 붙들고 묵상한 것은 아니다. 앞에서도 언급되었지만, 청교도들은 성경 외에도 하나님의 신성과 능력을 보여 주는 자연이라는 책과 우리의 죄를 보여 주고 책망하는 양심이라는 책을 묵상에 적극 활용하였다. 다만 이 두 가지 책은 결코 묵상의 주교재가 아니었다. 이것은 그저 성경의 진리를 다양한 측면에서 묵상하도록 도와주는 부교재일 뿐이었다.

헨리 스쿠더는 그리스도인이 중점적으로 묵상해야 할 주제를 다음과 같이 지정해 주었다. “하나님의 거룩한 본성, 속성, 말씀, 사역들, 우리의 의무, 죄, 우리의 마땅한 상태, 우리가 해야 할 일들, 우리의 현재 모습, 우리가 지금까지 해 온 일, 악인들의 비참함, 의인들의 행복과 특권 등은 묵상하기에 알맞은 주제들이다.“

 

⇨ 청교도 묵상의 두 번째 특징은,

인간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다는 점이다. 청교도들에게 묵상은 소극적으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청교도들은 인간의 영혼의 모든 기능들이 묵상의 모든 단계에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믿었다.

브라켈은 이렇게 말한다.

"영적인 묵상은 신앙 안에서 우리 영혼이 행하는 운동이다. 영적인 묵상은 무위도 아니고 수동적인 자세도 아니다. 그저 가만히 있으면서 성령께서 주시는 것을 받기만 하거나 하나님의 완전한 속성들과 신비에 관하여 조명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개방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묵상은 우리 영혼이 그와 같은 것들에 관하여 깊이 생각하고 추론하고 인정하고 즐거워하는 데 적극 참여하는 것이요, 그것들을 인하여 감격하고 영혼의 소생을 경험하는 것이다.“

즉, 청교도들은 묵상을 인간의 모든 인격과 모든 기능이 활발하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격렬한 운동으로 보았다. 특히 청교도들은 지성 또는 이해력이 묵상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다고 보았다. 이것 역시 청교도들의 묵상을 이해하는 데 굉장히 중요한 요소이다.

월리엄 베이츠(William Bates)는 묵상을 이렇게 정의한다.

"묵상은 이해력의 격렬한 작용이다. 묵상에서 이해력이 주도적인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토마스 후커(Thomas Hooker)도 묵상을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묵상은 우리의 지성을 진지하게 집중해서 진리를 찾아내고 그것을 우리 마음에 효과적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이다.“

이렇듯 청교도들은 묵상이 지성 또는 이해력으로부터 시작되고 그것에 의해서 철저히 주도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청교도들은 경건의 수원지가 되는 거듭남과 관련해서도 지성 또는 이해력을 경건의 은혜가 우리 영혼으로 들어오는 첫 관문으로 삼았다.

그렇다고 해서 청교도들이 묵상에서 감정과 의지를 소홀히 여긴 것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청교도들은 참된 묵상이 반드시 감정과 의지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였다.

제임스 어셔는 이렇게 말한다.

"묵상은 영혼의 두 가지 기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는 이해력이다. 이것을 기억력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둘째는 의지이다. 이것을 감정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월리엄 브릿지 역시 이렇게 말한다. '묵상은 지식의 위대한 도움인 것처럼 기억력에도 위대한 친구이다‥‥‥묵상은 기억력의 위대한 친구인 것처럼 따뜻한 마음에게도 친구이다. 묵상은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청교도들은 묵상에서 감정과 의지도 매우 중요하게 여겼다. 다만, 청교도들은 절대 감정과 의지를 앞세우지 않고 항상 지성 또는 이해력의 인도 아래 두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지식 또는 이해가 묵상의 모든 과정을 주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리차드 백스터는 청교도들이 어떤 식으로 묵상의 과정을 분석했는지를 잘 요약해 준다.

"이해력이 진리를 받아들이게 되면 그것들을 기억력에 저장하게 된다. 그리고 이렇게 저장된 진리를 숙고함으로써 그 진리가 우리의 정서에 전달된다."

우리는 백스터의 말을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마치 지성 또는 이해력이 처음에 묵상의 문만 열어 줄 뿐이고 그다음부터는 감정이나 의지가 모든 묵상을 이끄는 것처럼 생각해서는 안 된다. 청교도들은 결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청교도들은 처음에 묵상의 문을 열어 주는 지성 또는 이해력이 묵상이 끝나는 순간까지 묵상을 주도해야 한다고 믿었다.

이런 점에서 해리슨 메조렐(Harrison T. Meserole)이라는 학자는 청교도 묵상의 과정을 다음과 같이 정확하게 요약해 준다.

"청교도 묵상은 한 개인이 하나님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한 지적인 숙고에서부터 출발한다. 그리고 그러한 개인의 이해력이 기억력의 도움을 받아 그 사람을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이끌어 준다. 동시에 그 사람의 의지가 그 사람의 정서에 영향을 주게 되고, 마침내 그 사람의 모든 부분이 묵상에 참여하게 된다."

 

⇨ 세 번째로, 청교도들의 묵상은 그리스도인의 매일의 생활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었다.

청교도들은 손에 성경책을 들고 있거나 책상에 앉아서 성경을 읽은 후에만 그리스도인으로서의 묵상을 실천하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묵상할 거리가 있고 기회만 되면 그동안 마음에 쌓아 놓은 하나님의 진리를 끌어올려 묵상하는 실천적인 삶을 살았다.

루이스 베일리의 「경건의 실천⌟에는, 아침에 묵상할 내용과 저녁에 묵상할 내용, 주일 아침 교회에 가기 전에 묵상할 내용과 성찬식 전후에 묵상할 내용, 병상에서 묵상할 내용과 죽음 앞에서 묵상할 내용 등 삶의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그리스도인이 무엇을 어떻게 묵상해야 하는지 등이 매우 심도 있게 다루어져 있다.

예를 들어, 베일리는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조차 그냥 흘려보내지 말고, 다음과 같은 여섯 가지 내용을 가지고 묵상하라고 권면한다.

"첫째, 눈을 뜰 때 부활의 날에 대해서 묵상하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는 오늘 아침 육체의 잠을 자고 있는 그대를 잠자리에서 깨우신 것처럼,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날에 사망의 잠을 자고 있는 그대의 몸을 무덤에서 쉽게 일으켜 세우실 것이다‥‥‥믿음의 눈으로 장래의 영광스러운 광채를 미리 보기 위해서 애쓰라.

둘째, 지난 밤에 하나님께서 그대를 보호하셨음을 묵상하라. 그대가 잠들어 스스로를 도울 수 없을 때에도 밤낮 우는 사자처럼 그대를 삼키려고 돌아다니는(벧전 5:8; 욥 1:7참고) 악한 영은 그대 곁에 얼마나 가까이 다가와 있는지 모른다. 결코 주무시지 않는 하나님께서 그분의 섭리를 통해 그대와 그대의 소유를 지켜 주시지 않는다면, 그리고 그분이 거룩하고도 복된 천사들로 하여금 그대를 보호하게 하시지 않는다면, 그 악한 영이 그대에게 어떠한 해를 끼쳤을지도 모르는 일이다(욥 1:10; 시 121:4; 34:7; 창 32:1,2; 왕하 6:16 참고).

셋째, 자명종 소리를 들을 때 마지막 날에 울려 퍼질 나팔소리를 기억하라. 닭 우는 소리를 듣거든 베드로를 기억하고 그를 본받으라(눅 22:61,62 참고). 그리고 그대를 죽은 자들 가운데서 일으켜 세울 마지막 날의 나팔소리를 생각하라. 만약 그 나팔소리가 지금 울린다면 그대가 어떻게 될 것인지 깊이생각해 보라. 그리고 마지막 날의 나팔소리가 울릴 때 그대가 되어 있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해 힘쓰라.(이하생략)

넷째, 그대가 하나님의 엄위하신 임재 앞에 있음을 묵상하라. 전능하신 하나님께서 그대의 침대 곁에 계셔서 그대의 눕고 일어나는 것을 보시며 그대의 생각을 밝히 아시고 그대의 모든 행위를 익히 아신다는 것을 기억하라(시 139:1-3 참고). 또한 밤새 그대를 지키고 보호해 주는 하나님의 거룩한 천사들이 그대가 어떻게 잠에서 깨어나고 일어나는지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기억하라(창 31:55; 32:1,2 참고). 그리하여 하나님의 엄위하신 임재 앞에 있는 것처럼, 그리고 하나님의 거룩한 천사들이 보는 앞에서 하는 것처럼 모든 행동을 하라(시 91:5,11; 행 12:11 참고).

다섯째, 옷을 입을 때 그대의 영적 수치와 그리스도의 의의 옷에 패해서 묵상하라. 그대가 옷을 입는 동안에, 옷이라는 것이 원래 범죄의 결과로 임한 수치를 가리기 위해 주어진 것이었음을 기억하라. 그리고 그것이 기껏해야 짐승의 찌꺼기로 만들어진 것이었음을 기억하라. 그러므로 그대가 그것을 소중히 여기든 아니면 처음 제도를 소중히 여기든, 옷을 입고 뽐낼 이유가 전혀 없다‥‥‥그대의 옷이 그대의 수치를 가리고 추위로부터 몸을 보호해 주는 역할을 하는 것처럼, 그대의 영혼이 신중히 그리스도의 의의 혼례복을 입어야 한다는 것을 묵상하라.(이하 생략)

여섯째, 매일 아침 하나님의 자비가 얼마나 새로운지 묵상하라. 매일 아침 하나님의 자비가 그대에게 얼마나 새로운지를 깊이 생각하라. 하나님의 자비는 그대에게 새로운 생명(애 3:23; 시 19:5 참고)을 주시고 쉬지 않고 달려온 해로 다시 떠올라 그대에게 빛을 비추게 하신다. 그러므로 이렇게 영광스러운 빛이 헛되지 않도록 힘쓰라.(이하 생략)“